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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기]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후기/책 후기 2026. 9. 15. 08:00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193644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 교보문고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의 작가 스티븐 L. 펙은 진화생물학자로 베트남 땀다오 국립공원에서 생태 조사를 하던 중 희귀 세균이 시신경을 통해 뇌로 퍼져 열흘간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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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는 심리적 공포, 철학적 공포에 해당하는 소설책이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마 다음 포스팅에 올릴 책이긴 한데, 책 내용이 어려워 연속적으로 어려운 책을 읽기엔 힘들어서 밀리의 서재 구경하다가 랭킹에 있길래 읽어봤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뛰어난 묘사감에 홀린듯이 끝까지 읽게 된 책이다. 160페이지라는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부담 없이 볼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이란 무엇일까? 나는 단테의 지옥이 생각나거나, 웹툰/영화 신과함께에 나오는 곳이 떠오르거나, 지하철역 근처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지옥일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게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적인 고통은 아니다. 책에서는 조로아스터교의 지옥을 묘사하는데, 찾아보니 '영원한 형벌의 장소가 아닌 영혼이 죄를 씻고 정화받는 일시적인 고통의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초 단위, 길어야 몇 분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지옥에서의 일시적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라면? 소설에서는 지옥의 크기는 무한이 아닌 유한적이라고 한다. 다만 유한이 무한에 가까울 뿐이다.

     

    지옥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유한한 크기의 도서관에서 자신의 인생을 담아낸 책 한 권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옥의 크기가 무한이라면 사람들은 시작부터 지옥에서 탈출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수명도 없고, 죽어도 다음날 다시 살아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무한하다. 인간의 시간은 무한하고, 지옥의 크기는 유한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도 지옥의 크기가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유한이라는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되면 절망에 빠지게 되는데, 영원히 절망과 실낱같은 희망을 반복해서 가지게 되는 순환 구조를 가진 새로운 의미의 지옥이 탄생하게 된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또 다른 지옥의 의미는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없는 유한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무한한 시간에서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어떠한 것에 몰두해 있어도 한계가 존재한다. 책에서는 연인이었던 레이첼과 개에 관한 내용을 수십 년간 이야기하다가 정말 개인척 행동하며 지내는 것도 몇 년을 하게 된다는데, 우리의 생각으로 수십 년이라면 꽤 긴 시간이지만, 무한한 시간을 가진 인간에게는 수십 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무한 앞에서는 정말 초라하게 느껴지는 시간의 크기인 것이다. 만약 개, 고양이, 참새, ... 로 살아가다가 더 이상 소재가 떨어지면? 그러다가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그 새로운 소재조차 고갈된다면? 타개책으로 새로운 내용을 창조해서 이야기하는데, 그 창조된 내용조차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조합의 끝이 다가오는게 느껴진다면? 이후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야할지 숨이 턱 막히더라

     

    책을 다 읽고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자.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책의 마지막으로부터 얼마나 까마득한 시간이 흐르고, 수없이 절망에 빠졌다가 다시 희망을 갖게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 알게 되는게 주인공은 지옥에서의 생긴 목표는 이뤘지만, 지옥에 입장하자마자 생긴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도 무한에 가까운 유한의 시간동안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무한보다 유한이라는 표현이 심리적으로 더 무서울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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